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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건축물은 왜 붙어 있을까?

by 아구도아기도아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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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구시가지(올드타운)나 시내 중심부에서 건물들이 옆 건물과 벽을 공유하고 줄지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붙어 있는’ 형태가 일반화되었을까요? 역사적·문화적·공간적 배경을 통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1. 한정된 도시 내부 공간과 방어적 성격

1) 성벽과 도심 밀집도

중세 유럽 도시는 보통 외적(外敵)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성벽을 둘렀습니다. 성벽 내부에 생활권, 시장, 종교·행정 시설 등이 모두 모여 있었기에 인구와 시설이 한정된 공간 안에 집약될 수밖에 없었죠.

  • 한정된 땅에 많은 인구가 몰리면서 자연히 건물이 세로로, 옆으로 빽빽이 붙어나갔습니다.
  • 성벽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성벽을 쌓는 것은 비용·노동력·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도시가 커질수록 건물들은 점점 더 높은 밀도로 배치되곤 했습니다.

2) 방어적 배치와 골목 구조

성벽 내부의 건물들은 골목(alley) 형태의 좁은 도로와 함께 조밀하게 배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외적 침입 시 방어를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사람이 걸어서 모든 곳을 이동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2. 건축 재료·기술과 공동 벽 사용

1) 전통 건축 양식의 ‘연속성’

유럽의 옛 시가지 건물들은 벽돌, 돌(석조), 목재 골조 등 지역별 특색에 따른 전통 소재로 지어졌습니다. 도시가 확장될 때, 이전 건물 옆에 새로운 건물을 ‘연속해서’ 이어 짓는 것이 흔한 패턴이었습니다.

  • 도시 단위로 일관된 외관을 유지할 수 있고, 서로 맞닿는 벽을 공유함으로써 건축비용을 절감하는 이점이 생겼습니다.

2) 단열·난방 효율

유럽은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며, 겨울에는 난방이 필수적입니다. 건물이 붙어 있으면 단열(保溫) 효과가 좋아져 겨울철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양 옆집과 벽이 붙어 있으면 외기에 직접 노출되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3. 중세~근대 시기의 도시계획 영향

1) 길과 구역 단위의 설계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며, 도시계획 측면에서 블록(block) 단위로 구역을 나누고 블록 안에서 건물이 연속되어 들어서는 구조가 일반화되었습니다.

  • 파리, 바르셀로나 등 여러 유럽 대도시는 ‘블록형 도시계획’을 통해 신도시나 신축 지역도 서로 맞닿아 있는 건물을 계획적으로 배열했습니다.
  • 건물 사이 골목이나 광장은 계획적으로 두되, 주거 건물 자체는 연속해서 세워서 도시의 밀도와 활력을 높이는 모델이 자리잡았습니다.

2) 상업·주거 혼합 용도

유럽 도심 건축물 중에는 1층이 상업시설(가게, 식당), 위층이 주거 공간인 형태가 흔합니다. 건물이 연이어 붙어 있으면 도심 내 유동인구가 집중되고, 상가 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경제적·문화적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4. 문화·미적 측면

1) 파사드(façade) 정렬과 도시 경관

유럽 도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가 건물들의 ‘파사드(정면부)’가 일정한 선을 이루며 길을 따라 늘어선 모습입니다.

  • 이렇게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건물 높이나 파사드를 일정하게 규제하는 건축 조례가 적용된 경우가 많습니다.
  • 서로 붙어 있는 건물들은 통일감과 거리 풍경의 미학을 높여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합니다.

2) 공동체 문화

길을 중심으로 집들이 밀집해 있으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쉽습니다. 작은 골목은 자연스럽게 주민 간 교류의 장이 되며, 이러한 정서가 유럽 전통 도시 문화에도 뿌리깊게 이어져 왔습니다.


5. 현대적 맥락과 변화

오늘날에도 유럽의 도심에서는 기존의 밀집도를 유지하며 재개발이나 리노베이션이 진행됩니다. 물론 교외나 신도시에서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처럼 한국이나 북미와 비슷한 형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중심지와 주변 구시가지 구역은 전통적 밀집 구조를 최대한 유지·보존하려는 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문화유산 보존관광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옛 건물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특유의 풍경은 매우 가치 있다고 여겨집니다.
  •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트렌드 측면에서도 구시가지 구조는 재평가되고 있으며, 도보 이동이 용이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결론

유럽 도시의 건물들이 옆 건물과 붙어 있는 형태로 지어진 이유는,

  1. 성벽으로 둘러싸인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밀도를 높이기 위한 중세적 도시 발달 과정,
  2. 벽체 공유를 통한 건축비 절감과 단열 효율,
  3. 블록형 도시계획도심 상업·주거 혼합 구조의 정착,
  4. 거리의 연속된 파사드로 이루어지는 도시 미관공동체 문화의 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건물이 밀집한 구시가지 골목길을 거닐며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과 역사가 유럽 고유의 도시풍경을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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